ㅣ기존 백신에 비해 좋은 점 백신은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많을수록 ‘다가백신’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백신의 ‘가수’가 높아질수록 백신의 가치가 올라가 가격도 높아진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중 40여가지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40여개의 HPV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다가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예방접종 백신으로 처방되고 있는 서바릭스와 가다실은 각각 2가지, 4가지의 HPV를 예방한다.
서바릭스는 HPV 16형, 18형을 예방하는 2가 백신이다. 자궁경부암과 자궁경부상피내종양, 외음부상피내종양, 질상피내종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가다실은 4가 백신으로 HPV 6형, 11형, 16형, 18형을 예방한다. 서바릭스에 비해 여성 생식기 질환의 예방률이 높아졌다. 남성도 접종 가능한 백신이라는 점이 특장점이다. 가다실은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첨형콘딜로마)와 항문암, 항문 상피내 종양 등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작년 7월에 출시된 가다실 9는 기존 가다실 백신이 예방하던 4가지 HPV 유형에 더해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의 종류는 똑같지만, 예방 범위는 기존 70%에서 90%까지 넓어졌다. 현존하는 HPV 백신 중 가장 높은 예방효과를 보이는 백신이다. 한국 여성에게서 2, 3순위로 많이 발견되는 HPV 52, 58형 등까지 예방할 수 있게 된 덕이다. 기존 4가 백신은 예방할 수 없는 바이러스들이다. |
ㅣ안전성 가다실9는 기존 가다실에 비해 예방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강력해진 약물 효과만큼 이상반응도 많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다실을 수입하는 한국MSD는 “기존 가다실에 비해 가다실9의 이상반응이 많아지지 않았다.”라는 공식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국 MSD가 9~26세 여성 및 남성 1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7개의 자체 임상연구를 통해 평가된 결과다. 접종부위에 통증, 부어오름, 발적, 두드러기 등의 국소반응이 나타나거나 발열, 메스꺼움, 근육통 등의 전신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가벼운 정도이며 수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간혹 오한과 실신 등의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예방접종 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이라고 말한다. 한국 MSD는 이상반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심적, 신체적으로 건강할 때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화(GACVS)는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기초로 볼 때, HPV 백신 접종이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 역시 2015년 공식 견해를 내놓으며 다양한 연구들이 HPV 백신의 안전성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유럽 식약처와 대한부인종양학회도 공식 견해 등을 통해 안전하다고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역시 지난 12월, 약 15만 명의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 된 사례 16건을 검토해 본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만의 특별히 우려할 만한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이상반응이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약물이 안고 있는 위험이다. 가다실9의 장기간 예방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 ㅣ가다실, 저렴하게 맞는 법 가다실9는 예방 범위도 넓어졌고, 안전성도 어느 정도 검증 받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까지는 국가예방접종 백신에 서바릭스와 기존 가다실만 포함되어 있다. 가다실9를 맞고 싶다면 개별적으로 의료 기관에 문의해 접종을 받아야 한다.
가다실은 상당히 비싸다. 기존 가다실의 3회 접종 비용도 보통 45~55만원 사이인데, 가다실9는 이보다 10만원 정도 높게 시판되고 있다. 물론 HPV 질환 예방률은 20% 가량 높아진다.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가다실9를 맞을 결심이 섰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맞으려면 말이다. 가다실은 비보험 백신이다. 따라서 병원마다 접종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기자가 서울에 위치한 병원 100여 곳에 문의한 결과, 3회 접종 비용은 최소 55만원, 최대 69만원이었다. 대다수 의료기관은 60~63만원을 불렀다. 기자가 조사해본 결과, 가다실9의 1회 접종 비용은 21~23만원이었다.
가다실 9가는 전국의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내과, 대학병원 등 대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접종 가능했다. 물론 가다실 9가 백신을 취급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3분의 1 가량은 됐다. 가다실 4가까지만 들여놓은 곳도 있었고, 가다실이 아닌 서바릭스만 취급하는 곳도 있었다. 지역, 의료기관의 종류 등에 따른 비용 차이는 없었다. 어느 지역, 어떤 의료기관일 경우가 더 싸다고 말할만한 통상적인 규칙성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거주 지역에 있는 병원 몇 군데에 문의를 해보고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학회에 등록된 지역별 병원의 이름과 연락처를 찾을 수 있다. | ㅣ그 밖의 궁금한 사실들 ➀ 백신에 포함된 HPV 유형 질환은 다 예방 가능하나? HPV 백신은 치료제가 아닌 예방 백신이라 전에 걸린 적이 있던 HPV 질환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있다. 예를 들면, HPV 31형 질환에 걸렸던 적이 있다면 후에 가다실9(HPV 31형 포함)를 맞아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HPV에 감염된 적이 있더라도 예방접종을 하면 추가적인 타입 및 재감염에 대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➁ 백신에 대한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속설은 무엇이 있나? “맞으면 불임이 될 위험이 높다”, “남성 콘돔을 쓰면 맞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백신과 불임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입증된 바 없으며, HPV는 피부 접촉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콘돔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면 자궁경부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➂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나? 성 경험이 있어도 효과를 볼 수 있나?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사람도 물론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➃ 접종 기간 중 해도 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이 있나? 9가 백신을 3회 접종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백신을 접종하는 중에도 성관계, 피임약 복용, 수유가 가능하다. 다만 성관계 파트너를 자주 바꾸거나 성교를 자주하는 것은 자궁경부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니 자제할 필요가 있다. 흡연도 주요 발병 원인이니 주의해야 한다. 임신이 될 경우에는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 중단을 해도 출산 이후에 이어서 접종하면 된다. 1차부터 다시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➄ 서바릭스와 혼용 가능하나? 서바릭스와 가다실은 가다실9와 혼용해서 맞을 수 없다. 즉, 1차 접종을 기존 백신으로 맞고 2,3차를 가다실9로 맞을 수는 없다. 기존 백신의 접종을 완료한 이후 가다실9를 재접종하는 것은 가능하다.
➅ 기존 백신을 맞았어도 9가 백신을 또 맞아야 하나? 선택사항이다. 원한다면 4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9가 백신을 또 맞을 수는 있다. 가다실 4가 백신이 예방하지 못하는 유형의 HPV에 대한 면역력을 얻고 싶다면 9가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➆ 백신을 맞으면 앞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나?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사는 꼭 받아야한다. HPV의 종류는 밝혀진 것만 200여 가지며, 그 중 성기 질환, 항문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40여 가지가 넘는다. 가장 예방 범위가 넓은 9가 백신도 아홉 종류의 HPV만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HPV의 90%를 예방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외 10% 정도에 해당하는 HPV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이후에도 자궁경부암 검사는 꾸준히 받아야 한다. 검사 권장 주기는 2~3년이다.
➇ 백신의 예방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나? 현재까지는 가다실의 3회 접종 후에 추가 접종이 권고되고 있지는 않다. 한국 MSD는 장기간이 지나도 충분한 면역기억반응을 통해 질환 예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재접종 할 필요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