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3가지
코로나19가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펜데믹 상황.
이 바이러스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바이러스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전 세계의 연구진이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코로나19에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려 합니다.
1. 성관계로 코로나에 걸릴 수 있을까?
지난 5월, JAMA Network Open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액에서 검출됐다.”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경로는 접촉을 통한 비말 감염을 알려졌으나 이번에 정액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관계로 코로나에 전염이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Q. 그렇다면, 성관계로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수 있을까?
정액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성관계로 인한 감염의 여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습니다. 성 행위 이전에 이뤄지는 키스 등을 통한 바이러스 파편이 튀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남성의 고환, 눈, 태반 등은 ‘면역 특권 부위’로 작용하여 심각한 염증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위에 바이러스가 침입한다면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성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이전에 에볼라나 지카바이러스의 경우에도 회복된 남성의 정액에서 몇 달 동안 존재했던 내용도 있습니다. 에볼라나 지카바이러스의 성관계로 전염될 수 있음이 밝혀졌기에 코로나19의 성관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텐데요,
아직까지 성관계로 전염여부는 밝혀지지 않아 추가적으로 정액 속 바이러스의 생존 시간, 정액 속 바이러스의 농도 등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성관계로 전염될 가능성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안전을 위해 “성관계를 자제하거나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감염 예방 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코로나19에 잘 걸리는 혈액형이 따로 있다?
한때 SNS에서는 “A형이 코로나에 잘 걸리고, O형이 코로나에 덜 걸린다.”라는 내용이 퍼졌었는데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만 여겨졌던 소문에 힘을 실어줄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화제입니다.
O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코로나19에 가장 강하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가장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실제로 혈액형이 코로나19의 감염과 연관이 있을까요?
연구 결과로부터 O형에서 대조군의 비율이 유의하게 더 높아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강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코로나19 감염 이후 혈액형과 사망률의 관련성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 권위의 의학전문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도 위의 근거를 뒷받침 해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중증 코로나19 환자 1,610명과 대조군 2,205명이 참여하였으며,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메타 분석 결과에서 A형 혈액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중증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45% 더 높은 반면, O형의 경우 그 가능성이 다른 혈액형 대비 35% 낮게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감염될 확률이 적다는 것이지 ‘안’ 걸린다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면 안된다는 사실!
그렇다면, 왜 O형이 코로나19에 강할까요?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과 혈액 속 항체에 의해 발현되는데요,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혈액응고 인자가 적은 것이 요인일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혈액 응고이기에 응고인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O형이 코로나19의 중증 악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도 추정됩니다.
이전에도 중국, 러시아, 독일에서도 O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감염률이 낮고,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낮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는데요, 많은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아 혈액형과의 연관성이 무관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혈액형과 코로나19가 연관이 있는지, 정말 혈액응고 인자가 그 중심인지, 아니면 바이러스 침입 시 혈액형에 따른 항체 생산이 면역체계에 미치는지 그 실체가 밝혀지면 코로나19 치료법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감기를 앓은 뒤 코로나19 걸리면 증상이 경미하다?
똑같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어도 어떤 사람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데, 어떤 사람은 감염된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무증상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절기 가장 흔한 호흡기 감염 질환 중 하나인 감기.
그 증상이 코로나19의 초기 증상과 유사하게 기침, 발열, 오한, 근육통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이 둘을 혼동하곤 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감기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능이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에게 흔히 발생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데 이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코로나19로 현재 유행하게 된 것인데요, 코로나19의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연구진은 주목했습니다.
연구진은 감기에 걸린 환자와 코로나19에 걸린 환자의 면역반응이 T세포를 통해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항원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똑같은 항원이 침입하면 똑같이 공격을 하게 됩니다. 감기 바이러스 항원의 항원 결정기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부분과 유사해 T세포를 통한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된 것인데요, 다른 항원 물질의 유사한 항원 결정기에 반응하는 항체의 성질을 교차 반응성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감기와 코로나19의 면역 T세포 관련 내용은 독일 연구팀을 통해서도 발표되었는데요, 이 또한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되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에게서 코로나19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해 T세포 반응이 일어난 것은 동일 항원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미감염자 군에서도 35%로 꽤 높은 비율로 T세포 반응이 일어난 것이죠. 감기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결정부위가 구조적으로 유사해 과거 감기에 걸렸을 때 생성된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교차 반응을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지금 코로나19 감염에도 증상 중등도가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과거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약간의 면역반응이 코로나19에도 교차 반응성을 보여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3가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코로나19가 다시 전국적 대유행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13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00명이 넘었습니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을 확실히 잡지 못하면, 일상은 계속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역에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진이 코로나19의 임상 특성, 감염경로,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핵심 정보를 파악하면 백신을 넘어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1일 FDA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드디어 오늘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총 290만회 투여할 수 있는 물량이 미국 전역으로 배송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백신의 접종으로 코로나19를 완전히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워낙 변이도 빨라 백신 접종으로 장기적인 면역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잡히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코로나19와 공존해야한다면 매년 찾아오는 독감처럼 코로나19 백신으로 예방이 되는 그런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