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기억을 잘하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애초에 정보를 저장할 때 더 깊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공부를 하는 경우라면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는 거죠. 예전에 저희 동창 중에 가장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주로 참고서에 밑줄을 치는 방식으로 공부했어요. 이런 경우에는 생각보다 기억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밑줄 치는 것보다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하고 '이걸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이게 내가 아는 이전에 나온 정보와 어떻게 연합이 되는가.' 이런 식으로 계속 깊게 정보를 처리하는 게 더 오래가는 기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면 기억에는 잘 저장이 안 돼요. 우리가 정보를 저장할 때도 다른 곳에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기억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실험실에서 어떠한 정보를 기억하라고 하면서 나중에 참고 자료로 드리겠다고 얘기한 집단과 어떤 사람들에게는 시험을 볼 거라고 얘기한 집단을 비교해보면 첫 번째 집단, 즉, 공부한 내용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 집단이 시험을 훨씬 못 봅니다. 나중에 정보를 내가 볼 수 있는데 굳이 이거를 저장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공부를 더 깊게 안 하게 되고요.
그리고 기억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흔하게 하는 대답이 운동과 수면입니다. 마치 살 빼려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고 공부 잘하려면 열심히 하라는 것과 비슷한 얘기인데요. 운동의 중요성은 너무 많은 연구를 통해서 증명되어있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뇌 기능에 도움이 되고 기억도 잘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근데 수면은 여러 가지 이유에 있어 중요해요. 깨어있을 때 계속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니까 정보들끼리 계속 경쟁하고, 그러다 보니 어떤 정보는 잊게 되죠. 그런데 잠을 자는 동안에는 간섭이 없이 정보들이 유지가 되니 오래가는 기억으로 남을 수가 있습니다. 또, 자는 동안에는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잠자는 동안에도 뇌 영상을 찍어 보면 뇌의 여러 영역들이 활발히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는 머릿속에서 자는 동안에 낮에 경험했던 것들이 재생되는 건데요. 그러면서 자기 전에 경험했던 정보들이 체계화되고 불필요한 건 없어지면서 정교화됩니다.
내일 당장 시험을 봐야 된다고 하면 밤새워 공부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열심히 공부하시고 자는 겁니다. 그런데 당장 시험이 다음 주다 이런 분들께는 '인출 연습'을 추천해 드립니다. 만약 똑같이 10시간을 공부한다고 하면 계속 반복해서 보는 것보다 3시간 공부하고 1시간 시험 보고 3시간 공부하고 1시간 시험 보고 하는 게 오히려 더 기억이 오래갑니다. 그리고 또 효율적인 공부 방법 중 하나가 남들에게 설명하는 거죠.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설명 하면 그 자체가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정보를 인출하는 것도 되고, 정교화하는 것도 되고 반복하게 되면서 기억이 오래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