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체 시계도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르게 일주기 시스템이 정확히 24시간 주기로 작동하지 않고 24.3시간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일, 우리의 체내 시계는 예정된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 뒤로 감을 필요가 있는데 햇빛이 이러한 역할을 합니다.
밝은 빛에 노출되면 뇌의 마스터 시계인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자극받아 0.3시간을 뒤로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야행성인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에 제한되다 보니 일주기 시스템의 교정이 어려운 것입니다. 신체의 모든 반응을 컨트롤하는 지휘자의 시계가 정확하지 않다 보니 신체의 장기들도 혼란이 오고 이는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죠.
사회적 시차증(social jet lag)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우리의 생체 시계가 사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여러분의 월요일 아침을 생각해 보세요. 주말에 늦게 자고 나면, 여러분은 몇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매주 그런 경험을 한다면 우리 일주기 시스템은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서 이야기해볼까요?
2012년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24명의 건강한 참가자들을 매일 한 시간씩 수면시간을 조정하여 3주 동안 사회적 시차증을 유발시켜보았습니다. 실험 끝에 그들은 당뇨 전 단계 상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이나 음식 섭취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늘고, 신진대사율은 8%나 감소했습니다. 즉, 일주기 시스템을 장기간 변동시킬 경우 우리 몸의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2015년에 Journal of clinical endoclinology and metabolism에 실린 논문에서는 447명의 중년 성인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시차증의 유발이 인슐린 저항성, HDL 감소, 중성지방 증가, 허리둘레 증가를 유발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운동, 금연, 금주와 같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도 이 경향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이상적인 스케줄을 바탕으로 일하고, 자고,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중요한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인 넛슨 박사는 야행성인 사람들의 생활패턴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 정해지지만 본인의 의지와 환경적인 요소로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빛을 조절하는 겁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어둡게 한 상태에서 침대에 누우세요. 이때 스마트폰, TV, 태블릿,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는 모두 전원을 끄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밝은 빛에 노출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습관입니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매일 일관되게 일치시켜주세요. 그래야 우리의 일주기 시스템이 이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주말이라고 늦게까지 깨어있는 것 역시 일관된 습관 형성에 방해가 됩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원칙 두 가지가 수면위생에는 매우 중요하며, 아침형 인간이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최근 들어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것은 옛말이다. 야간에 늦게 자도 수면의 양만 동일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침형 인간으로 습관을 바꿔 일주기 시스템을 정상화한다면 사망 위험을 10% 줄일 수 있으니 다른 어떠한 운동, 음식보다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