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치료에 정답은 없습니다. 적합한 다이어트 방법이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다이어트 이론이 있으면, 그게 어떤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죠.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미리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제일 큰 이유는 비만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합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소 많이 먹고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예를 들어 폐렴에 걸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열을 다시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열제를 타 먹으면 당장의 열은 내려가겠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체온이 올라가겠죠. 궁극적으로 폐렴 치료를 통해 내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체온의 항상성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체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은 평소에는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몸이 망가지면 지방을 늘리기 위해 잘못된 세팅을 하게 됩니다. 허기는 시도때도 없이 지는 반면 포만감은 늦게 발생하죠. 이러한 증상을 억누르기 위해 억지로 식사량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요? 음식으로 지방을 보충하는 것에 실패한 우리 몸은 자체적인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피로감이 느껴져서 운동이 어려워지죠.
식욕이 많고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내 몸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는 증상이자 결과물입니다. 이를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우리들은 오로지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
우리는 단식을 하는 게 무조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게 먹으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지방을 아끼려고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단식을 해도 근육이 빠질 뿐이죠. 근육을 보존하고 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두셔야 합니다. 우리 몸은 지방 창고와 근육 창고로 나뉩니다. 지방 창고는 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데요. 지방 창고의 문이 열려 있을 때에는 지방을 사용하고, 반대로 지방 창고의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대신 근육을 사용합니다. 지방 창고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입니다. 인슐린과 비만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습니다. 인슐린은 지방 창고에서 지방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는데,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인슐린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인슐린의 질이 낮아지는데, 의학 용어로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고 하죠. 결국 능률이 떨어진 만큼 공복 상태에서도 과잉분비가 되어 지방 창고의 문이 계속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높아진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합니다. 거기서 탄생한 소식 방법이 바로 간헐적 단식입니다. |
간헐적 단식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방법은 16:8과 5:2일 것 같습니다.
첫 번째, 16:8 방법
16:8 방법은 16시간을 공복으로 유지하는 대신 8시간 내로 식사를 해결하는 단식 방법입니다. 사실 16:8 방법은 일반인보다는 보디빌더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근육을 붙이기 위해서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인데요. 충분한 단백질 공급은 물론이고, 공복 기간 사이에도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6:8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생체리듬이 건강한 사람들은 하루 12시간 정도를 공복 상태로 지냅니다. 우리 몸에 있는 생체시계는 음식에 따라 낮과 밤을 구별하는데, 몸이 인지하는 시간에 따라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종류가 달라져요. 이를테면 낮에는 코르티솔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인슐린이 나오지만, 밤에는 멜라토닌이나 성장호르몬이 주로 분비되는 식이죠. 그래서 저녁 7시에 밥을 먹었으면 그다음 아침 7시에 밥을 먹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일반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혈당이 떨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 인슐린도 함께 떨어져 지방 창고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아침밥을 먹고 다시 혈당이 오르기 전까지 지방 창고의 문은 계속 열려 있겠죠. 그 시간을 16시간까지 연장하여 지방의 소모를 늘리는 것이 16:8 방법의 발상입니다.
하지만 설령 16시간 동안 단식을 한다 한들, 야식을 먹는 등 혈당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잠에 들게 되면 어떨까요? 자고 있는 동안에도 인슐린이 계속 분비되지 않을까요? 간헐적 단식을 하시는 분들은 공복 시간에 집착하기보다는 잠자리에 들기 적어도 3~4시간 전에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두 번째, 5:2 방법
5:2 방법은 일주일에 다섯 번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되 나머지 이틀 동안 식사를 제한하는 단식 방법입니다. 16:8 방법과 원리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많이 망가진 사람은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는데요. 이를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아예 하루나 이틀까지 공복 시간을 늘리는 겁니다.
효과적인 단식은 인슐린 내성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가짜 공복감’을 분별할 수 있게 합니다. 렙틴은 우리 몸의 지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데요. 렙틴에도 내성이 생기면 공복감이 과장되어 이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숙면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16:8과 마찬가지로 5:2 또한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든 만큼 단백질 보충이 몹시 중요합니다. 지방 창고의 문이 닫혀있는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면 대신 근육 창고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빠지지 않게 하려면 중요한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하겠죠. |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그 자리를 지방으로 채우는 다이어트 방법입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간헐적 단식과 비슷하지만,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단백질도 인슐린을 자극하기 때문에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탄고지는 살을 빼는 측면에서는 무척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맞습니다. 지속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게 되면, 결국에는 우리 뇌가 탄수화물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우리 몸은 처음에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지방 창고를 닫고, 그 대신 근육 창고를 사용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어 지방 창고가 열리기는 하지만, 우리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근육 단백을 통해 포도당을 공급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 몸은 근육을 보존하기 위해 결국 뇌와 협상을 하게 됩니다. 지방산을 잘게 쪼갠 케톤체를 뇌에 공급하기로 말이죠. 따라서 길게 보면 지방이 빠지는 대신 근육 손실은 최소화됩니다. 그러나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정말로 도움이 되려면 아보카도, 등푸른 생선, 올리브유, 코코넛 오일과 같은 좋은 지방을 많이 먹어야 됩니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포화지방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큰 문제점입니다. 우리 몸이 망가진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뇌가 엄청난 양의 당을 원하게 되거든요. 이미 탄수화물 중독에 빠진 사람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실천하면 정신적인 유혹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
첫 번째, 공복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단백질이나 지방을 통해 먼저 배를 채우고 그 다음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강북삼성병원의 박용우 교수가 24시간 동안 5분에 한 번씩 혈당을 잴 수 있는 패치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당뇨를 판단할 때 보통 식후혈당이 140 이상이면 좋지 않은 신호로 보는데요. 밥을 평소 먹던 양보다 더 많이 먹었더니 식후 혈당이 168까지 치솟았고, 밀가루 음식인 짬뽕을 먹은 후에는 무려 191까지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기로 먼저 배를 채우고 밥을 먹은 결과 혈당은 130에 그쳤습니다. 두 번째, 탄수화물은 빵, 밥, 국수 등의 정제 탄수화물을 지양하고 정제되지 않은 잡곡류를 드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불가피하게 정제 탄수화물을 식단에 포함해야 한다면, 다른 반찬과 곁들어 먹을 수 있고 천천히 소화가 가능한 공기밥 반 공기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밥을 먹기 시작하고 20분이 지난 시점부터 식후 운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혈당은 밥을 먹기 시작한지 20분이 지난 시점부터 올라가는데, 이때 20분 가까이 가볍게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은 각자 다르다는 것입니다. 유행 다이어트를 맹신하기보다는 다이어트의 원리를 공부하고 자신의 몸 상태를 고칠 수 있는 다이어트를 스스로 찾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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