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인들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는 사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 아니라,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혈관성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지역사회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주요 우울장애가 있을 때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65-69세는 33%였지만, 70-74세는 75%, 75세 이상은 100%나 되었다고 합니다.
1980년대 MRI를 비롯한 뇌영상 진단기술이 발달하면서 크리슈난 박사 및 후지가와 박사는 각각 노인들에게 생기는 우울증에 뇌백질*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 다수 관찰되는 점을 보고했습니다. 이는전두엽과 연결된 뇌신경회로가 망가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전두엽이 고장나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발성이 떨어지며, 말과 행동이 느려지게 됩니다.
*뇌백질: 뇌의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
사실 혈관이 막혔을 때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은 이전부터 꾸준히 관찰되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보고된 뇌졸중 환자 자료에 의하면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의 40-50%는 우울증을 반드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다만 뇌졸중 이후 생기는 우울증은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피질하 허혈성 혈관성 우울증은 미세혈관이 막혀서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경과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노화과정으로 오해하여 해결을 포기하기도 하지요.
자동차도 세월이 지나면 여기저기 녹이 슬고 고장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의 혈관도 나이가 들면 딱딱하게 굳거나 막힐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 등 나쁜 생활습관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또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평소 혈관 치료에 힘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