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환자가 외부에서 받는 케어를 가리키지만, 치유는 환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어록 중 ‘사람들은 누구나 몸 안에 의사가 있으며, 우리는 그 의사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는 명언이 있는데요. 결국 의사의 최종 목표는 환자의 치유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러한 치유를 과연 의학 기술만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전세계적으로 의학의 방향성이 통합의학으로 향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후성유전학에서는 영양,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심리적인 부분들이 암 유전자 활성을 억제하고 건강한 유전자 활성을 증가시킨다고 가리키고 있죠.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환자의 치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약물 처방과 수술을 중심으로 한 치료를 넘어서 통합적인 케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1. 운동하라
치유의 요소 가운데 신체적인 습관은 운동, 그리고 식단, 그리고 적절한 보조제 3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미디어로 인해 음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면서도 운동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체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이 굉장히 멀게 들리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운동은 환자를 치유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서, 특정한 장소에서 땀을 흘리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움직임을 늘리는 것 또한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거동이 어려워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라 하더라도 물리치료를 통해서라도 움직임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되죠.
실제 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운동은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강도, 간헐적 운동입니다. 운동을 같은 강도로 20분 동안 오래 하는 것보다는 5분 동안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한 후 그다음 5분을 쉬는 식으로 간헐적으로 운동하는 게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림프순환을 높여주는 운동입니다. 림프액*은 우리 몸을 청소하고 면역세포를 운반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가령 제자리뛰기를 하거나 벽을 짚고 발목을 까딱까딱 들어올리는 운동만으로도 림프액의 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림프액 : 조직 사이를 채우고 있는 무색의 액체.
이 두 가지 운동과 더불어 생활 속에서 움직임을 늘리는 것을 꼭 기억해 주세요. |
2. 식단을 바꿔라 & 적절한 보조제도 도움이 된다
식단 가운데에서는 식물성 중심 식단, 지중해식 식단 그리고 케톤식이 이 세 가지가 암 치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공식품, 정제탄수화물, 그리고 붉은 육류는 적게 섭취하는 반면 식물성 식품과 정제되지 않은 통곡류를 많이 섭취하기를 권장합니다. 이런 식습관은 우리 몸의 염증을 줄이고 면역세포를 늘려서 결국에는 암세포를 사라지게 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물론 단일한 식사를 계속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식단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몸에 맞게 직접 조정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에 따라 적합한 식단이나 보조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3. 자기 건강을 주도하라 & 자신의 직관을 따르라
우리는 아이들에게 종종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런 자기주도학습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바로 건강입니다. 의사는 질병의 전문가이지만 자기자신에 대한 전문가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고 실천하는 것, 자신의 삶에 맞게 실현 가능한 걸 찾는 것도 환자 자신입니다. 이러한 자기주도적인 건강법을 하려면 직관으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4. 긍정적인 감정을 키워라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일반적으로 기쁨이나 웃음 등의 극적인 감정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 가운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죠. 타인에게 맞춰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요소까지 포함해서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사람의 기분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매일 긍정적이고 즐거울 수 있나요?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들 때 그걸 회피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시면 우리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억압됩니다. 늘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대신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5분 동안 즐거운 생각을 갖는 것, 또는 즐거운 활동을 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
5. 억눌린 감정을 풀어라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10가지 치유적인 요소 중에서 가장 어려운 습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긍정과 부정, 이분법을 사용해서 분류하곤 합니다. 의식할 수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억눌려 있는 감정이 굉장히 많지요. 이렇게 억눌려 있던 감정은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대신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놔두어야 합니다. 쉬운 예로, 우리가 감정의 폭포수 아래에 놓여있다고 생각을 해볼까요? 거기에는 긍정적인 감정도 있고 부정적인 감정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세차게 쏟아지기 때문에 우리를 푹 적시고 다시 땅 밑으로 흘러서 내려가겠죠. 그런 이미지를 한 번 상상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
6.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를 찾아라
그게 어떤 이유냐와 관계 없이 살아가야 할 강력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를 아침에 일어나게 만드는 것, 그리고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살아가야 할 강력한 이유인데요. 죽고 싶지 않은 것과 살고 싶은 것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다르죠. 죽고 싶지 않다는 회피나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은 우리 몸에 투쟁-도피 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우리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킵니다. 하지만 살고 싶은 이유나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몸에서 엔돌핀, 도파민 등의 물질들이 분비됩니다. 우리 몸에 생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죠.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투쟁-도피 반응 :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 |
7. 영적 연결을 강화하라
영적 연결이라는 말은 자신의 고유한 내면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방법은 사람에 따라 기도나 명상이 될 수도 있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중요한 점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면의 고요함과 만나게 되면 우리 몸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먼저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 박동이 느려지면서 우리 몸에 여러 치유 물질들이 분비가 되죠. 그에 따라서 면역력 또한 높아지게 됩니다. 생각이 많은 현대인들은 곧잘 쉬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내면과 마주하는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의 분비를 높여야 합니다. |
8. 힘이 되는 사람을 주변에 두어라
사람에게 사회적인 지지를 주는 존재는 일반적인 식단 관리나 운동, 금연, 금주보다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회적 지지를 받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됩니다. 도파민, 엔돌핀, 옥시토신으로 인해 면역세포, 백혈구들의 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 몇 명인지, 또는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반려동물도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죠. 중요한 것은 그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내가 받아들여진 느낌, 안심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가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
중요한 습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심리적인 요소가 더 크실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운동이 어려우실 수도 있겠죠. 10가지 습관을 반드시 다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스트레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오늘 소개해드린 요소들 중 직관에 따라 끌리는 요소 1가지를 선택해서 꾸준히 실천해보고, 몸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습관을 늘려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과 몸은 서로 상호작용합니다. 불안감이나 우울감 등 마음의 문제를 겪는 분들에게는 심리적인 것에 집중하는 대신 몸을 사용하라고 조언하죠. 심리적으로 파고들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몸을 쓰면 생각이 없어지거든요. 운동이 가장 강력한 항우울제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반대로 소화불량이나 불면, 두통, 통증 등의 몸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진 않은지, 심리적으로 답답한 것이 없는지를 살펴보면 원인이 있습니다.
암 환자분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위축되는 마음에 모든 사회 활동을 접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 그리고 일을 지속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암이 나의 모든 것, 나를 설명하는 아이덴티티가 되게 하지 마세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내가 평생에 걸쳐 치유해야 하는 질환을 겪는 것처럼 평상적인 삶을 사셔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