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끼니외란”을 통해 내가 26알이나 되는 영양제를 순식간에 삼키는 모습이 공개됐다. 불과 100cc 남짓한 물로 한주먹만한 타블렛 덩어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삼키는 신공에 다들 놀란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한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을 던진다. 그래서 내가 매일 26알의 영양제를 먹는 이유를 밝히려 한다.
우선 내가 26알의 영양제를 먹는 것은 조금의 과장도 아닌 아주 오래된 습관이자 매일 아침 실천하는 의식이란 점을 말씀드린다. 방송을 위해 급조된게 아니다. 2005년 과로로 결핵을 앓게 됐고 그때부터 영양제를 덩어리로 먹게 됐다. 지금은 끊었지만 담배도 30년 피웠고 당시만 해도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식사를 거르는 등 건강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10알 정도로 시작했는데 조금씩 종류와 용량을 늘여가다보니 26알이나 되었다.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내역을 공개한다. 종합비타민제 3알, DHA와 비타민D를 혼합한 파이토오메가 6캡슐, EPA가 풍부한 오메가3제제 2캡슐, 유산균 3캡슐, 히알루론산 3캡슐, 리프리놀 2캡슐, 감마리놀렌산 1캡슐, 코엔자임큐텐 1캡슐, 비타민C 2알, 칼슘마그네슘 1알, 발효홍삼제제 2캡슐이다.
머리가 어지러운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나도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지금은 몸으로 필요성을 체험하고 있으며 내가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활기있게 사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내가 왜 영양제 예찬론자가 됐는지 항목별로 설명해보겠다.
I 영양제가 필요한가
이미 영양과잉시대란 지적이다. 먹을게 넘쳐난다. 너무 많이 먹어 비만과 성인병이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풍요속 빈곤이다. 넘쳐나는 것은 칼로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수년전 영국 정론지 더 가디언은 “숨겨진 기아(hidden hung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성인 85%에서 비타민이 부족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국립암연구소는 하루 5접시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먹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채소와 과일을 먹는게 여의치 않을 때 종합비타민제로 보충하는건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심지어 법으로 강제하기도 한다. 엽산이라 불리우는 비타민 B9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밀가루 식품에 엽산 첨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계 결손이란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하면 채워줘야 한다. 라면이 몸에 나쁘다지만 끼니를 굶는 것보다 백배 좋다.
I 부작용이 생긴다
밥을 많이 먹으면 체한다. 그러나 우리는 밥에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는 많이 먹은 것이지 밥이 아니다. 부작용은 약에 해당되는 용어다. 영양제처럼 식품에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다.
기계적 중립을 좋아하는 언론에선 상투적으로 “비타민A를 먹으면 기형아가 나온다”고 겁준다. 그러나 비타민제가 본격적으로 시판된 지난 세기동안 전세계 수십억 인구에서 비타민제를 먹고 기형아를 출산한 케이스는 단 한 개도 없다. 수십알씩 수개월동안 먹으면 그것도 동물실험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임신을 했다고 혹은 암을 비롯한 특정질환에 걸렸다고 영양제 먹는걸 주저하는 분들을 흔히 본다. 나는 거꾸로 묻고 싶다. 여러분은 임신했다고 혹은 암에 걸렸다고 고등어를 먹는데 주저하는가. 고등어와 오메가3는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영양제는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I 효과가 없다
이런저런 논문을 통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영양제를 먹어도 사망률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망률은 가장 떨어뜨리기 힘든 보건지표다.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 약을 수십년 먹어도 10% 내외 떨어질 뿐이다. 오늘날 항암제를 비롯한 첨단신약 가운데서도 사망률을 떨어뜨리지 못하는게 부지기수다.
영양제는 사망률 저하를 목적으로 먹는게 아니다. 인체의 기능을 향상시켜 준다. 쉽게 말해 나의 컨디션이 좋아진다. 활력이 생기고 잠이 잘 오며 식욕이 증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들을 모조리 위약효과로 몰아붙이면 안된다. 전세계적으로 수십억명이 수십년동안 체험하고 있는 것을 위약효과로 단정짓는건 속좁은 편견이다.
I 많은 의사들이 반대한다
의사들은 질병치료의 전문가지만 영양 전문가가 아니다. 영양제 효능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은 하버드 보건대학원이다. 엄정하고 편견없는 대규모 장기간 역학연구를 통해 영양제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수년전 3억5천만달러(4천억원)라는 하버드대 역사상 최고 액수의 기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이미 식품 피라미드를 통해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D 등 영양제의 복용을 공식 권장하고 있다. 2013년 종합비타민제가 암 발생률을 8% 낮추며 2019년 비타민D가 암 사망률을 13%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영양제에 부정적인 의사들이 실제 병원에선 비타민D를 주사로 권장하는 역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
I 그래도 26알은 너무 많다
영양제를 약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캡슐과 타블렛이므로 약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식품이다. 가령 비빔밥을 먹을 때 무심코 한두 숟가락의 참기름을 넣는다. 그런데 이 기름을 캡슐에 담으면 하나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오메가3를 캡슐로 6알씩 먹는 이유다. 충분한 효능을 위해선 매일 3그램 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합비타민제도 요즘은 비타민과 미네랄 외 채소와 과일의 파이토케미컬 성분까지 담는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녹차의 카테킨,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등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타블렛의 부피가 늘어나야 한다. 따라서 편리하게 삼키기 위해 부피 대신 알약의 개수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나는 누구나 26알을 먹어야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다. 소수라도 나처럼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경우 26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 봐야 다 합치면 100 cc 정도인데 나의 건강을 위해 이 정도 식품을 추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I 그래도 음식으로
먹는 게 좋다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음식으로 골고루 먹는건 쉬운게 아니다. 누군가 시장에 가서 발품을 팔아 지갑을 열고 싱싱한 재료를 사와야 한다. 집에서 정성껏 조리도 해야 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양제는 대부분 한알에 수백원 안팎이다. 노력과 시간도 들지 않는다.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가장 비용효과적인 건강수단이다.
신기한 것은 영양제 무용론을 주장하는 의사들도 채소와 과일, 등푸른 생선은 먹는게 좋다고 말한다. 나는 묻고 싶다. 채소와 과일은 먹어야하는데 왜 종합비타민제는 먹으면 안되나? 등푸른 생선은 먹어야하는데 왜 오메가3는 먹으면 안되나? 아직 영양제가 완벽하게 음식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흡수율과 생체이용률 등에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오히려 음식 속의 나쁜 것을 배제한다는 점에선 음식보다 나을 수도 있다.
농약이나 비료 덩어리 채소와 과일에서 나에게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만 추출한게 종합비타민제다. 등푸른 생선에서 중금속이나 통풍을 유발하는 퓨린을 빼고 나에게 필요한 기름만 추출한게 오메가3다. 영양제는 과학기술을 선용한 지혜로 이해해야 한다.
I 상업적 과대포장은
경계해야 한다
영양제가 질병치료를 앞세워 약과 경쟁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특정질병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질병은 약으로 치료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며 비용도 싸기 때문이다. 암이나 뇌졸중, 심장병같은 질병을 영양제로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것은 넌센스다.
아울러 기능성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 한두개 소규모 임상시험만으로 어디에 좋다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시판허가를 받은 영양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키를 크게 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능이 입증된 것인지 그리고 선진국에서도 이런 유형의 특정 효능을 강조한 영양제들이 시판되고 있는지 의아하다.
I 마무리
나는 누구나 영양제를 먹어야한다고 주장하는게 아니다. 그러나 결핍증을 모면할 수준인 일일권장량을 벗어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돕는 적정권장량(optimal dose)의 개념으로 영양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필자의 아내가 영양제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혹시 팔이 안으로 굽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이름 알려진 전문가로서 진실해야한다는 최소한의 공적 의무에 소홀하진 않았음을 감히 말씀드린다.
나는 영양제가 사람들 건강에 기여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다. 아무쪼록 편견없는 체험으로 건강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